디지털 트윈·모듈러 건축…사우디 '스마트 인프라'도 한국이 구축

입력 2023-10-24 03:00  


“사우디아라비아 전역에 걸친 1900건의 프로젝트에 우리 한국 기업인과 근로자의 노력이 녹아 있습니다. 이제는 양국이 굳건히 다져온 토대 위에 기술 변화 및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인프라 경제협력의 미래를 함께 열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네옴 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사우디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등에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도시건설 역량을 결합한다면 양국이 함께 미래도시의 비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과 사우디 양국의 건설업계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부제는 ‘알울라-카이바에서 네옴까지’였다. 1973년 삼환기업(현 SM삼환기업)이 수주한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총연장 164㎞)는 한국 건설업계가 사우디에 진출한 첫 번째 사례다.

올해로 사우디 진출 50주년을 맞이한 한국 건설업계는 이제 사우디의 미래 메가프로젝트인 네옴시티 수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네옴시티는 9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는 ‘더라인’을 비롯해 총 4개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여기에 소요되는 총공사비는 50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기업은 이 중 250억달러(약 34조원) 규모 터널, 건축 구조물, 항만 등 인프라 구축 사업 입찰에 참여했고,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해 네옴 더라인 지하터널 첫 번째 구간을 공동 수주했다.

대통령실은 한국 기업의 네옴시티 수주를 계기로 한국과 사우디 간 건설협력이 ‘스마트 인프라’ 시대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한국과 사우디 간 건설협력을 ‘세 번의 모멘텀’으로 설명했다. 진출 초기인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기업은 근로자의 근면함과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고속도로와 항만 등 ‘기초 인프라’ 건설 사업에 집중 참여했다.

한국 건설의 ‘중동 신화’도 이때 나왔다. 현대건설은 1976년 사우디 주베일산업항 공사 당시 정주영 회장이 건물 10층 높이의 초대형 구조물을 한국에서 미리 조립해 운반하는 방법을 제시해 공기와 단가를 크게 낮췄다. 주베일항 수주액 9억3000만달러는 당시 정부 예산 2조원의 25% 수준에 달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석유화학과 해수담수화 플랜트 등 ‘산업 인프라’로 진출 영역이 확대됐다. 단순 원유 생산을 넘어 정유, 석유화학 등 고부가가치 산업 기반을 확충하고자 하는 사우디의 수요 변화에 부응한 것이다. 이날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사우디 아람코와 24억달러 규모 ‘자푸라2 가스플랜트 패키지2’ 사업 계약을 맺으며 2021년 1단계 사업에 이어 연속 수주에 성공했다.

사우디가 ‘비전 2030’을 발표한 2016년 이후로는 모듈화, 디지털화 등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인프라 협력의 시대를 맞이했다. 이날 50주년 기념식에서 양국 기업이 맺은 수주계약과 양해각서(MOU) 역시 이런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네이버가 사우디 주택부와 체결한 1억달러 규모 디지털 플랫폼 구축 계약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리야드와 메카, 메디나, 담맘, 제다 등 사우디 5개 도시에 가상현실 공간인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해 도시계획과 관리, 홍수 예측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모듈러 건축, 건설 자동화 등 스마트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내년 말 모듈러 구조물 생산이 본격화하면 네옴시티 건설에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사우디 전 지역에 주택 100만 채를 건설하는 420억달러(약 56조원) 규모의 ‘로쉰 프로젝트’ 수주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KT와 현대건설은 사우디텔레콤과 함께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동 협력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사우디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해 양국이 미래기술 관련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특히 △디지털 △청정에너지 △바이오헬스 △우주 등 분야와 관련해 집중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리야드=오형주/도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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